메뉴 건너뛰기

CATEGORY




별클리의 겨울은 늘 비와 함께 옵니다.

긴 여름, 마지막 본 비의 모습은.. 6 개월 전이던가, 7 개월 전이던가..
밤을 울부짖는 서슬에 잠을 설치고, 낮게 까무룩이 들었던 꿈자리가 뒤숭숭했던 것도
낯설어진 폭풍우소리 탓이었습니다.

오르락내리락 자잘은 회오리를 타고 갈색으로 변한 낙엽들이 미친 춤을 춰대는데,
부러진 굵은 나뭇가지와 함께 낙상한듯한 다람쥐의 시신은 길 한가운데 네 발을 하늘로 뻗고
지나가는 차들에게 삿대질을 합니다...어쩌면 좋아..

아이들의 장화를 꺼내주었습니다. 첨벙첨벙..
아마 길 가에 잔뜩 홍수 난듯이 고여있는 물을 가르며 그 장화를 신고 학교엘 잘 다녀왔던가봅니다..
긴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보니..모두들 기절해있습니다, 따뜻한 침대 안에서, 대체 밥들은 먹은 건지

나이가 드나.., 항상 이런 날에는 일을 나가서도 걱정이 많습니다.
잠에서는 제 시간에 깼을까.. 뭘 좀 먹고 나갔을까.. 비바람속에 우산이 뒤집힌 건 아닐까..
그 생고생속에 지각은 안했을까..  아니, 그것보다, 애당초 학교엘 가긴 갔을까.. ^^;;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 춥고 길지는 않았을까.. 뭐는 좀 찾아 먹은 걸까.. 

이쯤되면 이 한량없는 오지랍이 기막혀지고, 나이는 어쩔 수 없구나 싶습니다.
어련히 알아서 안했으랴..

왜 이리도. '뭐는 좀 먹었을까' 라는 걱정이 자주 되는 건지..
 (예전에 식거리가 충분하지 않았던 때는, 그런 맥락에서, 늘 습관적으로 그런 인사를 나눴다고 들었지요..
아침은 드셨습니까, 식사는 하셨습니까..)

 차가운 폭우 속에, 돌아올 집이 있다는 사실이 무한감사스럽습니다.
온통 뼛속까지 적시고 들어오는 을씨년스러운 날씨.. 저녁으로는 수제비나 해먹을까 싶습니다만..
오늘도 이 도시에 수천 명이나 된다는 그 많은 홈레스 사람들은 어디서 비를 긋고 있을까요..
무슨 따뜻한 것으로 어두워오는 밤을 데울 수 있을까요..

 

제목 날짜
시온이네 입니다.   2012.07.27
(2)   2011.12.26
집사님,저에요~   2010.12.16
유일한 유언장 (1)   2010.11.03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   2010.09.24
눈에 보이는 데로 믿습니까   2010.01.06
수빈네 인사드리옵니다 (1)   2009.12.25
Embracing Imperfection   2009.12.12
Furry Logic   2009.12.09
같은 손으로   2009.10.30
Things happen for a reason   2009.10.15
겨울 실감하기   2009.10.13
꿈이로다 꿈이로다   2009.08.18
물처럼 바람처럼   2009.07.17
Enough (5)   2009.06.10
코드는 맞추는 것이다.   2009.05.31
믿음이 이야기   2009.05.15
서울에서 김주원 집사님께 (1)   2009.05.04
Swine Flu prevention tip   2009.04.30
The Hands   2009.04.1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